줄거리
영화 ‘수상한 그녀’의 시작은 어느 평범한 하루입니다. 주인공 오말순(나문희)은 70대 할머니로, 다소 고집스럽고 잔소리가 많은 성격입니다. 자식들에게 잔소리도 많고, 며느리와도 자주 부딪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득합니다. 손녀를 챙기고, 동네 사람들과 티격태격하며 그렇게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뜻밖의 사건이 벌어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거리로 나선 말순은 오래된 사진관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이끌리듯 들어간 그곳에서 사진을 한 장 찍고 나온 그녀.
그런데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놀랍게도 20대 시절의 본인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외모는 젊고, 마음은 노년인 ‘청춘 할머니’가 되어 다시 세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그녀는 이름도 새로 짓습니다.
'오두리’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아들의 밴드에 합류하게 되고, 숨겨둔 노래 실력을 발휘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깁니다.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가 오말순이라는 걸 알지 못합니다. 꿈도, 사랑도, 인생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오두리. 하지만 가족을 향한 그리움, 과거의 아픔은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고, 결국 큰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옵니다.
리뷰
‘수상한 그녀’는 단순한 판타지 코미디가 아닙니다. 웃음을 주는 장면이 많지만, 그 뒤에 담긴 감정선과 메시지가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청춘으로 돌아간 할머니라는 설정이 신선하면서도, 그 안에서 펼쳐지는 가족애와 인생에 대한 성찰이 인상 깊었습니다.
심은경 배우는 중년의 마음을 지닌 20대 청춘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해 내 감탄을 자아냅니다. 처음에는 엉뚱하고 귀엽기만 한 줄 알았는데, 중반부로 갈수록 눈빛과 표정에서 묻어나는 연륜이 느껴졌습니다. 나문희 배우의 연기 또한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그녀가 오말순이라는 인물에 불어넣은 생기는 이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좋았던 건, 과거의 꿈을 놓친 사람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누군가에겐 젊은 시절이 그냥 지나갔을 수도 있고, 가족을 위해 본인의 삶을 접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으니깐 말입니다.
‘수상한 그녀’는 그들에게 말합니다. “지금이라도 괜찮아. 늦지 않았어.”
이 영화는 분명히 판타지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현실적입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하고 싶은 말을 미처 하지 못한 채 살게 되니까요. 그리운 시절에 대한 회한, 자식에 대한 복잡한 감정, 그리고 다시 살아보고 싶은 그 청춘의 순간들… 이런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공감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웃으며 보다가 조용히 마음을 다잡게 되는 영화. ‘수상한 그녀’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은 하지 못하지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많은지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영화. ‘수상한 그녀’는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이니, 편한 주말 저녁, 가족과 함께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