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녀는 컴퓨터를 무기로 삼아, 세상에 존재하는 불의와 맞서는 독립적인 여성입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지만, 약자를 보호하려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강하죠. 리스베트는 종종 여성과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남성들을 해킹과 협박으로 응징합니다. 법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말 그대로 그림자 속 정의의 화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그녀에게 의뢰가 들어옵니다. 미국 국가안보국의 전직 기술자 프란스 발데르가 그녀를 비밀리에 찾아온 것입니다. 발데르는 자신이 개발한 고급 무기 시스템인 ‘파이어폴(FireFall)’이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세상에서 없애버리고 싶어 합니다. 리스베트는 이를 돕기로 결정하고, 시스템을 해킹해 정보를 탈취합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녀가 파이어폴의 데이터를 확보하자마자 정체불명의 조직에게 기습을 당하고, 시스템은 탈취당합니다. 그리고 발데르는 그 자리에서 누군가에 의해 목숨을 잃습니다. 충격적인 사건 이후, 리스베트는 발데르가 남긴 아들 아우구스트가 이 사건에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우구스트는 자폐 성향을 지녔지만, 비범한 기억력과 수학 능력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그 소년의 기억 속에 파이어폴의 접근 키가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리스베트는 단순히 해커가 아닌, 아이를 보호하는 수호자이자 복수자가 되어 움직입니다. 정보를 되찾기 위한 싸움은 예상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이 과정에서 리스베트는 과거 자신을 학대했던 여동생 카밀라와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카밀라는 지금은 거대한 해커 조직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의 수장으로 군림하며, 리스베트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자매였던 두 사람은 이제 서로 다른 이상과 목적을 지닌 적으로 마주합니다.
✔ 리뷰
이 영화는 여성 중심 스릴러로서 꽤 신선한 접근을 보여줍니다. 리스베트는 단순히 강한 캐릭터가 아니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그녀는 피해자이자 생존자이고, 동시에 냉철한 복수자입니다. 클레어 포이가 연기한 리스베트는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분위기를 갖고 있어, 전작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스토리는 조금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시원한 액션과 해킹 장면, 심리전이 잘 어우러져 있고, 특히 고요함 속의 긴장감이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여성 캐릭터가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기존 밀레니엄 시리즈를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스타일이 조금 달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전작들이 좀 더 심리적인 밀도가 강했다면, 이번 영화는 스릴러와 액션에 더 가까운 흐름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죠. 새로운 리스베트를 만나는 기분이랄까요.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강한 여성 캐릭터 중심의 스릴러를 찾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한 사람의 고독한 싸움, 그리고 그녀가 선택한 정의의 방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 더욱 빛났던 리스베트의 선택, 한 번쯤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